응급실은 몰려드는 환자로 넘쳐나 검사나 처치를 받기까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지만 뇌혈관질환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아 발병 시 촌각을 다투는 만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응급실 세이브 프로그램을 운영해 골든타임 내에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신경과 김규식 교수는 자체 팀을 꾸려 입원 중 발생한 신경학적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올해 1월 새롭게 발족한 ‘In-SAVE팀’이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뇌 건강을 사수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
일산병원 신경과는 입원, 외래 모두 뇌경색 환자의 비중이 높다. 뇌경색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김규식 교수는 뇌경색의 급성기 치료 방법으로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이 녹아 없어지게 하고, 막혀 있는 혈관 안에 스텐트를 넣어 혈전을 압착해 끄집어내는 기계적 혈전 제거술을 시행한다.
뇌경색과 더불어 김규식 교수가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전문분야는 뇌전증.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인 뇌전증은 뇌신경세포가 간헐적으로 흥분해 이상 증상이 반복되는 뇌질환으로, 특별한 요인 없이 2회 이상 발작이 재발할 때 뇌전증 진단을 받게 된다.
“뇌종양, 뇌경색, 뇌출혈 등으로 뇌가 손상을 입은 경우 뇌전증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유아기에 뇌전증 증후군 진단을 받기도 하지만,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뇌전증 발작 증상이 한 번이라도 발생했다면 음주, 수면장애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조심해야 하며, 적극적인 약물치료, 혹은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이 MRI검사에서 확인되면 수술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time is brain’이라는 캠페인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뇌혈관 질환은 한마디로 시간 싸움이다. 김규식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검사와 치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뇌졸중 증상이 발생하면 119에 연락하고, 119구급대가 환자가 있는 곳으로 출동해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합니다.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하면 응급의학과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신경학적 이상이 있으면 신경과에 연락해 신경과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게 됩니다. 신경과 의사가 환자와 처음 만나는 곳이 병원 응급실이 되는 거죠.”
현 시스템으로는 환자 대응이 늦은 감이 있다는 김규식 교수는 구급차와 병원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video-audio monitoring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인 환자 이송 과정에 신경과 의사가 환자의 신경학적 이상을 먼저 파악하고, 환자를 분류(triage)해서 적정 병원으로 안내할 수 있는 원격 뇌졸중 진료(telestroke)가 도입된다면 검사와 치료 시간을 단축해 환자의 예후를 좋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경과 진료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이 너무 늦게 병원에 오신다는 것입니다.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중에는 고령층이 많은데, 신경학적 증상인지 평소 지병으로 인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진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신경학적 응급 상황에
만전을 기하는 특별조직 탄생
일산병원 입원 환자 중에는 수술 혹은 내과적 질환으로 신경과로 협진을 의뢰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신경학적으로 이상이 있는 환자는 퇴원이 늦어질 수밖에 없고, 퇴원 후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입원 기간 동안 환자에게 신경학적 이상이 발생한다면, 전문 진료를 담당하는 신경과 의사가 최대한 빨리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예후를 좋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In-SAVE팀은 이 같은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입원 환자가 급성 뇌졸중 증상이나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 증상을 보일 때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거나 부적절한 처방을 내릴 위험성이 있습니다. 신경계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 만큼 원내에서도 세이브 프로그램과 같은 협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김규식 교수는 기존에 운영되는 세이브 프로그램에 ‘병원안’에서 발생하는 신경학적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팀을 꾸린 만큼 ‘In’이라는 단어를 넣어 ‘In-SAVE(In hospital Salvage frome Acute neurologic event Via Early)’라 명명하게 됐다고 한다. 팀은 김규식 교수를 비롯해 신경과 스태프 3명, 전공의 4명, 전문 간호사 1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원 환자 진료의 필수 과정으로
인식되는 것이 목표
“In-SAVE팀 프로세스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원내 입원 환자에게 뇌졸중이나 경련발작, 갑작스러운 의식저하 등 신경학적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담당 주치의나 전공의 선생님들은 미리 안내된 ‘85124’로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연락받은 신경과 전공의가 10분 이내에 진찰과 검사를 진행하고, 신경과 단체대화방에 관련 내용을 올리죠. 다음 단계로 해당 증상에 특화된 교수님이 증상과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진단 및 치료를 신속하게 진행하게 됩니다.”
In-SAVE팀은 일산병원에 입원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만큼 갑자기 신경학적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과 신경과 의사의 진찰로 빠른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또 신경과 의사의 진찰 소견을 담당의와 공유함으로써 상황을 궁금해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정확하게 설명해 안심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입원 기간은 물론 퇴원 후에도 필요시 지속적으로 신경과 후속 조치를 취해 환자의 예후를 살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n-SAVE팀이 생긴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팀원들은 협진 과정에 투입되는 데다 대상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가 많아서 환자나 보호자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신속하게 치료해 입원 중 사망률을 줄이고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아주 일상적인 것으로 다가가면 좋겠습니다. 병원 의료진 누구나 알고 있는, 입원 환자 진료의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팀에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