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완치율을 높이다
외과 최서희 교수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2019년 기준)에 따르면 신규 암 환자는 25만 4,718명이었고 그중 위암은 11.6%(2만 9,493명)로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암 발생순위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위암 생존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글 김희연 / 사진 송인호
오랜 기간 암 발병률 1위를 지킨 위암
한때 위암은 우리나라 암 발병률 1위를 기록했었지만, 2019년 기준 위암은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암 발병률 3위가 됐다. 2002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사업을 시작했고, 식생활 변화와 위암 발생 고위험군(위암 가족력,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이형성 등)에서 적극적인 제균 치료를 시행해 위암 발생률이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발병률을 보면 한국인의 위암 발병률은 여전히 세계 1위다.
위암은 5년 생존율도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암이 그러하듯 위암도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만 4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사업을 시행한 후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게 되면서, 위암의 5년 생존율은 1990년대 43.8%에서 2015년 이후 77.5%로 크게 높아졌으며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 치료 성적은 월등히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에는 직장 검진 등으로 젊은 나이부터 건강검진을 진행해 위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늘었다. 또 첨단 수술 장비의 개발과 도입, 위절제술과 림프절 절제 기술의 향상도 생존율을 높인 요소로 꼽힌다.
별다른 초기 증상이 없어 위험
대부분의 위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증상 자각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최서희 교수는 그렇기에 건강검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구토나 연하곤란, 체중감소, 출혈,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검진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위암이 진단되면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데, 보통 조기위암일 경우 암이 퍼져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내시경(내시경 점막하박리술)으로 암을 제거한다. 내시경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위절제술이나 림프절절제술을 시행한다. 암이 위와 멀리 떨어진 림프절, 복막, 간, 폐, 뼈 등으로 전이되었다면 전신적 치료법인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다.
수술 시 위 절제 범위는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다르다. 위 하부에 암이 있으면 위의 아래쪽 2/3 정도를 절제하는 위아전절제술을 시행하며, 위 상부에 암이 있을 경우 위 전부를 잘라내는 위전절제술이 표준 수술 방법이다. 위암 수술은 주로 개복수술·복강경수술·로봇수술로 진행하는데, 복강경수술은 상처 크기도 작고 수술 후 통증도 적으며 회복도 빨라 최근 많이 시행된다. 로봇수술은 3차원적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수술 기구, 떨림 보정과 같은 기능들이 더해져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수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병변이 크고 림프절 전이가 많은 경우 개복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암의 진행 정도와 합병증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환자와 주치의가 상의하여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후에는 식단 조절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위를 절제하면 위가 소화할 수 있는 양 자체가 줄어든다. 위 절제 시 음식물이 내려가는 속도를 조절하는 유문도 함께 제거돼 음식물이 한 번에 내려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식사량 조절은 필수다. 일산병원 외과에서는 전문의가 수술 후 주의해야 할 점이나 관리 방법 등을 설명하고, 영양 상담을 진행하는 등 수술 후 환자의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건강검진이 최선의 예방법
위암은 여러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발병 원인을 한 가지로 단언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위험 요인으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짜거나 탄 음식, 가공식품·염장식품 등의 섭취, 흡연과 음주가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 발병률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분류했습니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보균 여부를 확인하고 위험군의 경우 적절한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이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서희 교수는 위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40세 이상 성인이라면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일상에서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마지막으로 의사로서 자신의 목표를 밝혔다.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임상도 중요하지만, 연구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모두를 잘 해내는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