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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경험자들의
더 나은 삶을 돕는
암평생건강클리닉
박영민 교수

과거 암은 정복할 수 없는 질병으로 여겨졌지만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암 생존율이 높아졌고, 암과 공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기간을 조금 더 편안하게 보내려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퍼졌다. 박영민 교수는 암평생건강클리닉에서 암경험자들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돕고 있다.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교수님의 전문 분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가정의학과 외래에서 다양한 증상과 질환을 겪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으며,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의이기도 해 자문형 호스피스 팀장으로서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또 2021년 7월부터는 암센터 암평생건강클리닉에서 암을 경험한 환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일산병원 암평생건강클리닉을
소개해주세요.

최근 암환자의 평균 생존율이 70%로 높아졌고, 2020년 기준 암으로 치료받는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이 2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환자가 더 오랜 기간 암과 싸우며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로 암의 1차적인 치료 자체에만 집중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엔 암 치료 과정 중에 발생하는 문제와 장애를 예방하고 관리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일산병원은 2021년 7월 암평생건강클리닉을 열었습니다. 암평생건강클리닉은 암 치료과와 유기적으로 협진하며 암 치료 중 또는 치료를 마친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증상들과 만성질환을 함께 관리해 좀 더 수월하게 암 치료를 유지하고, 암 치료 후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돕는 곳입니다. 지금은 저를 비롯해 박성배·오시내 교수까지 가정의학과 전문의 세 명이 암평생건강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문을 연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일산병원 암센터 환자는 물론이고 다른 병원에서 검진 후 추적관리가 안 됐던 환자까지 우리 클리닉을 찾고 있습니다.

암환자에게 동반되는
다양한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암환자의 암 치료 과정 중에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암을 치료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만성질환 관리가 중요합니다. 또 암 자체나 암 치료 과정으로 인한 통증, 피로감, 갱년기 증상, 불안 및 우울과 같은 심리 증상 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원발암 재발과 2차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생활습관에 대한 관리, 성인예방접종, 원발암 추적관찰 중 소홀하기 쉬운 2차 암에 대한 검진,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건강 문제 등은 모두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동안 간과했던 문제들입니다. 이에 암평생건강클리닉은 암환자의 제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통합적으로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암평생건강클리닉에서는
주로 어떤 치료법을 사용하나요?

가장 먼저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고 기초상담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의 병력, 기존 동반질환, 건강검진 내역, 동반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건강 문제를 관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치료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 등 각종 증상에 대한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행하며 필요한 경우 다른과와 연계해 치료를 도와드립니다. 환자의 치료 이력을 바탕으로 생길 수 있는 각종 합병증을 점검하고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발생하는지도 검사합니다.

기존 암에 대한 재발 여부를 살펴볼 뿐 아니라 새로운 암이 발생하는지도 종합적으로 검사합니다. 기존에 건강검진을 받은 분들은 빠졌거나 추가해야 할 검사가 있는지 점검합니다. 또 환자의 불안, 우울, 스트레스 정도를 가늠하는 검사를 실시해 정신적인 문제를 찾아내고 적절한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암의 재발 및 2차 암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생활습관 교육을 진행해 더욱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암평생건강클리닉의 활동이
암환자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환자들과 마주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나요?

제 환자 중에 대장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던 중 신경통증이 너무 심해 종양내과에서 의뢰한 분이 있었습니다.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과정에서 생긴 신경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 환자는 암평생건강클리닉 진료 후 약물치료를 진행했고, 증상이 완화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함을 느끼며 치료도 잘 받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환자와 의료진이 이러한 증상을 간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암 치료 과정은 물론이고, 그 후의 삶의 질도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국 지역 암센터에도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를 열어 암경험자들이 겪는 다양한 증상과 질환에 대해서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또 일산병원 외래에 오는 암경험자들도 평생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의사로서 교수님의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의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잠시 문을 닫았지만 그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마지막에 있는 암환자분들을 돌봤습니다.

암은 어떤 분에게는 완치라는 좋은 결과를 통해 인생의 큰 경험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분에게는 삶의 마지막이라는 힘든 결과를 맞닥뜨리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변함없는 사실은 삶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편안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바람은 암평생건강클리닉과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통해서 암환자와 동료 의료진에게 ‘암치료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동반자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