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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 물씬~
새로운 매력이 가득한
취미 생활

레트로 열풍이 이어지면서 취미까지 그 영역이 넓어졌다. 고리타분하고 시시한 골동품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다시 사랑받기 시작했다. 레트로한 취미를 즐기는 일산병원 직원들을 만나봤다.

정리 편집실

시설운영부에서 업무지원직으로 근무하며 병원 내외 시설물 유지보수와 간단한 설치, 병동과 외래의 물품 수리를 담당하고 있는 권덕순입니다. 1970년대 말부터 우표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중학생 시절 우표 수집으로 시작해 고등학생 때는 기념주화까지 모았습니다.

기념우표는 우체국에서 한정 수량을 판매하기 때문에 등교 전 새벽에 우체국 앞에 줄을 서서 문을 열기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학교에는 늦었죠. 선도부에 불려가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나기도하고 반성문까지 쓴 후 교실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구매한 우표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면 우쭐해지고 혼났던 기억은 다 날아가 또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 줄을 섰습니다. 한번은 학교 담을 넘다가 다리가 부러져 세 달 동안 깁스를 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우표 살 돈이 없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명절이나 생일 때 가족들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두었다가 우표를 샀습니다. 그 당시 떡볶이나 오락기도 참아가며 돈을 모아 힘들게 수집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제가 모은 것들 중 가장 좋아하는 건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발행한 기념주화입니다. 올림픽은 힘든 경제 상황에도 온 국민이 일심동체가 되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한 행사였습니다. 당시에 저는 육군사관학교에서 군복무 중이었는데 양궁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현장 진행에 참여했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취미를 만들고 싶어요. 대학생 시절 배웠던 당구를 다시 시작해볼까 합니다. 그 당시에는 배우기도 힘들고 학업에 집중해야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든요. 지금은 당구가 더 보편화되기도 했고 배울 수 있는 방법도 많아졌으니 아이들과 함께 배워볼 생각입니다.

진료지원부 소화기내과 외래에서 외래환자 진료 지원과 내시경 및 각종 소화기내과 검사 일정 예약 등을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 윤혜주입니다.

저는 레트로 찻잔을 모으고 있습니다. 원래 어머니께서 그릇 모으는 걸 좋아하셨어요. 그릇장에 진열해두셨는데 집안 행사가 있거나 손님이 오면 아끼던 그릇을 꺼내 대접하셨어요. 행복해하고 보람을 느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레 레트로 찻잔 수집이 취미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일반 커피 잔을 모았다가, 그 시대의 역사와 분위기가 담긴 해외 앤티크·빈티지 찻잔의 매력에 빠져 10년 전부터 조금씩 사 모으고 있습니다.

제가 모으는 것들은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 이상 된 것들로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워 보통 개인 간 직거래를 하거나 해외 직구를 합니다. 이때 판매자들이 물건을 구하게 된 사연을 들으면 개인의 삶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매력입니다.

커피 잔과 접시(소서) 2종을 ‘듀오’, 커피 잔·접시(소서)·브래드 접시(디저트 접시) 3종을 ‘트리오’라고 하는데 희소·희귀 제품이다 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 제품의 경우 커피 잔만 있거나, 접시만 있는 경우가 있어 듀오나 트리오 구성을 찾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 아쉽습니다. 또 모두 오래된 제품이다 보니 아름답고 멋지지만, 미세한 기스, 금장 손실, 크랙 같은 부분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동안 모은 것 중 독일 ‘로젠탈 마리아 시리즈’의 커피 잔과 커피 소서를 가장 아낍니다. 티끌 없이 영롱하고 깨끗한 화이트 바탕에 절제되고 우아한 금장과 꽃 패턴이 아름답고, 손잡이의 직선과 곡선의 조화, 접시의 섬세한 꽃무늬 양각이 저에게 큰 행복과 보람을 주고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게 되는 경외심이 절로 생깁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커피 잔이나 식기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해외 각국에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유구한 청자, 백자 문화와 기술이 있고 고유의 한국적인 가치가 담긴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으나 세계시장에서는 아직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매우 아쉽습니다. 더욱 한국적인 도자기로 발전, 도약하기를 바라며, 세계 각국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그릇 수집가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