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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생애주기별
건강을 책임지는
산부인과 정재은 교수

초경을 시작하는 10대부터 폐경을 맞는 50~60대, 폐경 이후까지 여성과 산부인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여성 생애주기별 다양한 산부인과 질환을 치료하는 산부인과 정재은 교수는 여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꿈꾼다.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교수님의 전문 분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산부인과라고 하면 임신-출산을 다루는 산과 또는 자궁암을 진료하는 부인암 분야가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지만 산부인과의 생식내분비 분야에서는 초경에서 폐경까지 여성호르몬 분비와 관련된 무월경, 생리불순, 다낭성난소증후군, 갱년기 건강 관리 등 다양한 질환을 진료합니다.

저는 산부인과 생식내분비 분야의 공부를 해왔고, 일산병원 산부인과에서 2002년부터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여성들의 생애주기에 걸쳐서 발생하는 호르몬 관련 질환들을 한 기관에서 20년째 진료하다 보니, 고등학생 때 생리불순으로 진료를 받았던 환자가 출산하여 엄마가 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매달 고통스러웠던 생리통의 고비를 잘 넘기고 폐경을 맞은 환자에게 골다공증 예방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질환별 진료가 아닌 환자별 진료를 하면서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 질환의 발병 추이는 어떤가요?

과거에는 생리과다로 인한 빈혈 또는 복부에서 느껴지는 종괴 등 증상 발현 후 치료를 위해서 내원하는 환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질환 발생 전 미리미리 대비하여 건강한 생활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2030 젊은 여성들의 산부인과 방문율이 높아지면서 관련 질환 발견율도 높아졌고요.

또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과 2년마다 받을 수 있는 자궁경부암 검사 등 무료로 시행되는 보건정책 사업이 산부인과 질환 예방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을 높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자궁경부암은 감소하는 추세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이나 비만과 관계 있다고 알려진 자궁내막암은 증가 추세입니다. 자궁내막암은 무료 검진에 포함되는 자궁경부암 검사로는 진단할 수 없으므로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서 확인해야 합니다.

젊은 층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산부인과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임신과 출산을 앞두고 있는 가임연령의 여성에게서 산부인과 진료는 특히 중요합니다.

질염은 감기처럼 흔한 질환으로, 자연 치유되기도 하지만 복통이 동반되거나 클라미디아 등 균에 감염될 경우 골반염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골반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나팔관이 막히거나 부어서 향후 임신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생리주기의 경우 특히 급격한 체중 증가와 감소에 유의해야 합니다. 외래 진료를 보면서 안타까운 경우 중 하나가 중고등학생들의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무월경입니다. 생리를 안 하면 생리통도 없고 생리대를 교환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더라고요. 무월경이 지속될 경우 향후 임신이 어려울 수 있고 조기 난소부전 및 골다공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성의 생리주기는 혈압, 맥박, 체온처럼 평소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생리주기를 잘 기록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며, 아울러 산부인과 진료 시 본인의 생리주기 기록표를 지참하면 진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일산병원 산부인과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일산병원 같은 종합병원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외과, 비뇨기과, 마취과, 내과 등 여러 진료과와 협진이 잘 이루어진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리불순만 해도 원인이 매우 다양하여 불안, 우울, 불면 등 정신건강의학과 문제와 겹칠 수 있지요. 종괴가 크고 유착이 심할 경우 산부인과적 수술을 하면서 외과, 비뇨기과와 협진을 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또 당뇨, 갑상선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를 수술할 때 내과 및 마취과와 함께 진료를 진행해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습니다.

의사로서 교수님의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초경부터 폐경까지 여성 건강 관리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저의 목표입니다. 환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워딩으로 질환을 설명하고, 진료를 받은 후 실질적인 생활의 변화로 귀결되도록 돕고자 합니다.

일례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어느 정도로 생리량이 많아야 생리과다로 판단하고 산부인과에 내원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생들 중에는 참고 참다가 하혈로 급하게 응급실에 내원하거나, 체육 활동 후 어지럼증을 호소하여 빈혈검사 후 심각한 철분 부족을 진단받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리과다’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저는 ‘1, 10, 20의 법칙’으로 설명합니다. 1시간 이내에 대형 패드를 교체하거나, 10일 이상 생리가 지속되거나, 20일 이내에 생리가 다시 시작되는 경우 산부인과에 내원할 것을 권유합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쉽고 실천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과잉 진료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전문의 생활을 시작하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질환별로 이해하기 쉽고 실천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진료하여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앞으로도 환자들의 초경부터 폐경까지 생애주기별 다양한 산부인과 질환을 진료하며 환자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