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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마음을 살펴야 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송정은 교수

몇 년 사이 다양한 콘텐츠로 인해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아이의 문제도 다시 한번 살피는 보호자가 많아졌다. 정신건강의학과 송정은 교수는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있다.

김희연 / 사진 송인호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최근 TV나 유튜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소아청소년의 행동이나 정신건강을 다루는 콘텐츠가 늘었다는 것이다. 혹자는 범람하는 콘텐츠들이 아이 양육에 혼란을 준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송정은 교수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주로 책으로 육아 지식을 얻고 그걸 본인의 육아에 적용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역시나 이론과 현실엔 차이가 존재하죠. 최근에는 책이 아니라 주로 TV 프로그램, 유튜브 콘텐츠 등에서 육아 정보를 얻습니다. 여전히 이론을 그대로 현실에 적용할 순 없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들이나 보호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태도 등이 보편화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아청소년은 발달단계에 있으므로 시기마다 이루어야 할 발달 과제가 있어 성인의 정신건강의학 문제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령기 아동은 발단단계에 맞는 학업 성취와 또래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고, 청소년기에는 보호자에게서 정신적으로 독립하여 자아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치료해야 할 증상에 초점을 맞출 뿐 아니라 각 발달단계의 과제를 잘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코로나19에 큰 영향을 받은 소아청소년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당연하던 것들이 특별해졌고, 일상적으로 하던 일들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혼란을 느꼈다. 소아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성인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인관계의 폭이 좁아지고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영유아의 언어 인지, 사회성 발달이 늦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보험사에 따르면 2019년 2만 1천여 건이었던 언어 발달 치료 보험금 지급 건수는 2021년 4만 6천여 건으로 급증했다. 또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0년과 2021년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던 학령기 아동들이 등교 재개 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었다. 등교하더라도 전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함께 놀이활동을 할 수 없어 교우들 간의 교류가 적어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장에서 많은 소아청소년을 만나는 송정은 교수도 이런 변화를 체감했다.

“현장에서 느끼기에 아이들의 발달이 늦어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없었고 아이들이 주로 집에만 있었거든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에 비언어적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부분인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것도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주로 가족들과만 접촉하기에 사회적인 발달, 특히 인지 언어의 발달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전처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가 가족이기에 가족 간의 의사소통과 정서적인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호자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중요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돼 문턱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내원하기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내원할 때 보호자가 어떤 마인드로 함께하는지가 아이의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아이를 데리고 내원하는 것에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이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조기 발견하여 조기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내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유아기 때 이루어졌어야 할 언어 발달이 초등학교 때도 이뤄지지 않으면 5~6년의 시간이 떠버리기 때문에 회복하는 데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적 지식과 임상적 경험을 잘 통합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 말하는 송정은 교수. 깊은 공감에 객관적인 시선을 더해 환자들을 만나겠다고 다짐했다.

“내원했던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연령대별로 흔하게 나타나는 또 다른 질병으로 다시 찾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유아기 때부터 내원하던 친구를 고등학생, 성인이 돼서도 만나기도 합니다. 그 친구들의 ‘평생 정신건강 주치의’가 되는 거죠. 그래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