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하고 눅눅한 여름, 장마철이 되면 관절은 괴롭다. 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여름에 가장 많다.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이 관절 통증을 유발하고 하루 종일 가동하는 에어컨도 관절 근육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더 심해지는 관절 통증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글 편집실 / 감수 정형외과 박상훈 교수
“비가 오려나~”.
궂은 날 할머니들의 단골 멘트다.
할머니 무릎이 일기예보보다 더 정확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 습한 날씨와 관절 통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평소보다 습도가 두 배 이상 높은 장마철에는 기압이 낮아 상대적으로 관절 내부 압력이 높아진다. 동시에 관절 내 조직이 팽창해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통증을 유발한다.
또 하루 종일 가동하는 냉방기기도 여름철 관절 통증의 주범이다.
에어컨 등 각종 냉방기기에서 퍼져 나오는 냉기가 관절 근육을 위축시켜 통증이 악화된다.
관절염 환자가 여름을 잘 나려면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이용해 습도를 5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가 덥다고 에어컨을 지나치게 세게 틀면, 갑자기 관절이 굳으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여름철 관절 관리를 위해서는 실내 온도를 23~26도로 약간 시원하게 하되, 절대 춥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덥다고 운동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관절이 굳어져 통증은 더 심해진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수건 등을 관절에 덮어 따뜻하고 건조한 열을 가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20~30분가량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 이후 관절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관절 주위 근육에 1분 정도 힘을 주었다 풀었다를 10~15분 정도 반복한다. 이는 관절 주위 근육을 강화해주면서 활액낭을 고정해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운동 후에도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풀어주면 좋다. 관절염 환자에게 수영이나 아쿠아로빅은 다른 계절에는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여름에는 도움이 된다.
관절염은 예방과 조기 치료가 관건
관절염은 크게 퇴행성 관절염, 류머티즘 관절염, 통풍성 관절염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하면서 관절 연골이 마모되고 파괴되어 연골 아래 뼈가 노출되고 부종과 통증을 유발한다. 체중이 많이 실리는 무릎, 발목, 척추 관절에 많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염증 소견도 뚜렷하지 않지만 통증이 심하고 관절을 사용할수록 악화된다.
활액막에 염증이 생기는 류머티즘 관절염은 주로 아침에 관절이 굳는 조조강직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아침에 심하고 관절을 사용하면 할수록 좋아진다. 활액막에 요산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통풍성 관절염은 갑자기 엄지발가락이나 한쪽 무릎에 아주 심한 통증을 일으키며 술을 좋아하는 비만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일상생활에서 관절에 무리를 주는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다.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를 하면 실제 몸무게의 3~10배에 달하는 체중이 가해져 관절에 무리를 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의자에 삐딱하게 기대 앉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도 골반 관절의 비대칭적인 회전을 일으켜 나쁜 영향을 주니 삼가야 한다. 책상에 앉을 때나 운전할 때는 체중이 무릎에 실리지 않도록 하고 엉덩이를 의자 등받이에 완전히 밀착한다. 걸레질이나 망치질을 할 때, 무거운 짐 등을 들 때 무의식적으로 한쪽 관절만 사용한다면 의도적으로 좌우 관절을 번갈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관절염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뼈의 변화를 보는 단순 방사선 촬영을 한다. 방사선 검사로 확인하기 어렵거나 외상에 의한 인대 손상이 의심될 때는 관절 초음파나 MRI(자기공명 영상장치) 등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관절의 구조적 변화는 일반적으로 초기에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진행하다 염증이 심하게 발생하면 전신적인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혈액 검사도 함께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