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II

training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Charlottesville)에 있는 버지니아 주립 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과에서 1년간 연수를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약간의 제약이 따르긴 했지만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임상 케이스를 경험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 강연승 교수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 약칭 U.Va., UVa)는 1819년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설립한 미국의 공립 대학교입니다. 미국 대학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퍼블릭 아이비 중 하나입니다. 2020년 9월 발표된 ‘2021 US News 미국 대학 평가’에서 전국 26위, 주립대만 비교해보면 UCLA, UC Berkeley, University of Michigan에 이어 4위를 차지한 대학입니다. 에 따르면 버지니아 의과대학은 미국 의학대학원 중 연구 부문 31위, 1차 의료 부문 19위에 랭크되었습니다.

버지니아대학과 병원은 미 동부 워싱턴 DC에서 남서쪽으로 160km가량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제가 주로 있던 통증클리닉 외래는 메인 병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으며 근골격계 센터, 물리·재활치료, 척추, 스포츠의학과 같이 비슷한 질환을 치료하는 외래과가 모여 있습니다.

2019년 버지니아의과대학의 Dr. Kohan이 전통적인 방법인 Radiofrequency와 cooled Radiofrequency의 비교 연구 참여를 제안했습니다. 평소 저는 cooled Radiofrequency ablation이 전통적인 방법에 비해 lesioning할 수 있는 부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기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추후 우리 기관에서 시도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 제안을 수락하고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연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퍼지고 팬데믹이 선언되면서 연구에 제한이 생겼지만, chronic knee pain 환자에게 cooled Radiofrequency ablation을 적용해 통증 감소에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 병원에서도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수 병원에서 주로 치료하는 질병은 척추 관련 질환으로 우리와 유사했습니다.

통증클리닉 외래는 다음과 같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우선 처음 방문하면 독립된 외래 방에서 전공의나 펠로우가 문진과 이학적 검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담당 교수가 최종적인 치료 방침을 정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10개가 넘는 방이 있어서 환자의 사생활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어로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의료 통역 서비스가 일반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약물치료, 물리치료와 같은 비침습적 치료로 조절해본 뒤 치료되지 않으면 영상 도구를 이용해 신경차단술을 시행하는 과정은 우리 병원과 유사했습니다.

외래에서 fluoroscopy를 이용한 peripheral nerve block, spinal treatment 외에도 타 과와 협진해 Pain Medication Pain Psychology 등을 병행하여 Multimodal treatment를 진행했습니다. 또 CRPS 환자나 기존 방식의 nerve block으로 치료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메인 병원 내 수술실에서 spinal cord stimulation, Intrathecal pumps와 같은 Neuromodulation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스태프들이 교대로 입원환자들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환자들의 개별적인 통증을 관리해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통증클리닉에 최대한 많이 참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Dr. Goldstein은 우리나라 통증학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 대한통증학회에서 드린 감사패와 한국 기념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분과 대화할 기회가 많아져 임상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체격, 접해보지 못한 환자의 상태나 합병증이 많아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수요일에는 담당 교수들과 펠로우들이 모여 저널 토의 모임을 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제가 경험해온 저널 토의 모임은 발표를 하면 교수가 코멘트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의사들은 서로 어떤 질문이나 조언을 해도 편안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가끔은 저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메인 병원의 수술방에서 마취 과정도 종종 참관했는데 우리 병원 진행 상황과 매우 유사하여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부분들은 한국에서도 비슷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통증클리닉

중앙 수술실

우수한 의료 환경과 풍부한 임상을 경험한 시간

제가 연수를 다녀온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대도시인 뉴욕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버지니아 지역도 많이 위험했습니다. 3월부터 학교 문을 닫았고 3월 말부터는 식료품점 방문을 제외한 비필수적인 이동이 금지 됐습니다. 병원 또한 비필수적인 과들은 진료가 중단됐습니다. 약 3개월간 셧다운 상태가 지속되다가 6월이 되어서야 단계적으로 제한 조치 완화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다시 확진 환자가 증가했고 가을이 되어서야 약간 소강상태가 되었습니다. 이후 10월부터 환자 수는 급격히 증가했으나 12월 백신 보급으로 인해 2020년 봄과 같은 봉쇄 조치는 없었습니다. 12월부터는 뉴스에서 하루 발생 환자 수, 사망자 수와 더불어 백신 접종 숫자를 같이 보도하면서 희망적인 분위기를 보여주었고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셧다운 기간에서는 당황스러운 일도 많았습니다. 특히 마트에서 휴지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을 때 걱정이 많았습니다. 인근 마트에서 화장실 휴지가 모두 품절되면서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무서운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또 코로나19로 축산물 가공 노동자들이 감염되어 축산물 생산이 감소하자 고기 사재기도 일어나 마트에서 1인당 고기 판매량을 제한하기도 하여 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버지니아대학병원은 작년 12월에 시작해서 2월 초에 의료진 백신접종을 완료했습니다.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의료진 접종이 완료된 2월 즈음해서는 병원 분위기가 한결 나아져 보였습니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연구와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쉽기는 하지만, 병원에 출퇴근하고 필요한 수술과 치료가 이루지는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꼈던 한해였습니다. 미국 대학병원의 수술실 관리와 외래에서의 통증치료과정을 직접 관찰해볼 수 있다는 것이 출근할 때마다 뿌듯하고 설습니다.

훌륭한 의료 환경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기관에서 연수를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견문을 넓히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수 경험을 현장에서 활용하여 환자분들의 치료와 병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