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모험과도 같죠. 최준호 교수와 윤봉식 교수는 나날이 전문화, 세분화하고 있는 의학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찾은 새로운 길, 같이 따라가 볼까요?
글 편집실 / 사진 김경주
생소하지만 꼭 필요한 분야
일산병원에서 두 분은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최준호 교수 : 응급실 내 전문의 연구실을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응급실을 응급의학과 전문의 다음으로 많이 드나든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윤봉식 교수 : 만나면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습니다. 최준호 교수님께서 입원전담전문의로 응급실에 오셨을 때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했는데 오늘 대화를 나누게 돼 기쁩니다.
입원전담전문의와 소아 응급의가 <문안>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두 분의 업무를 설명해주세요.
최준호 교수 : 입원의학과는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 진료 없이, 입원전담전문의가 직접 치료하는 진료과입니다. 저는 응급 입원전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각 과의 입원 기준에 해당되지 않으면 특별한 조치 없이 장시간 대기해야 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환자를 전문의 진료 후 즉시 응급병동에 입원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진료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입원의학과 목표입니다. 입원 초기 진찰, 경과 관찰, 면담, 병동 내 간단한 처치와 시술, 퇴원계획 수립 등 전반적인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지요.
윤봉식 교수 : 의학 분야에서 전문성 강화와 세분화가 최근에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소아청소년과도 기존 9개 분과가 있지만, 최근 소아 중환자와 소아 응급 분야의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세부 분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응급실은 환자나 보호자가 위중하고 급하다고 느껴 방문하지만, 주로 인턴이나 전공의가 먼저 환자 진료를 담당하기에 응급 상황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소아응급실을 찾는 환자나 보호자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었고요. 소아 응급의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응급실에서 외래처럼 바로 전문의가 먼저 환자를 보고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치를 함으로써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만든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입원 환자의 전문적인 관리와 소아 응급 진료의 질 향상에 관심이 커지면서 두 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을 것 같습니다.
최준호 교수 : 실제 여러 병원에서 입원전담의를 운영 중입니다. 입원전담의를 도입한 모든 병원에서 환자 만족도, 병상 회전율이 높아졌는데요, 첫 대면부터 전문의에게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은 환자에게 큰 장점입니다
윤봉식 교수 : 소아청소년과는 과거엔 환자가 많은 인기 과였습니다. 하지만 소아 인구가 줄고 감염병 치료법이 발달해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전공의 지원이 줄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작년에는 전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30%대로 급격히 떨어져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재 우리 병원은 당직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명이 응급실과 병원 전체 환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힘들고 지치겠지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요. 그런 상태에서 응급실 진료를 본다는 것은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소아응급의란 이런 전공의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고 업무 공백을 채우며, 응급 진료의 전문성을 키워 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자리라 생각됩니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는 조금 달라 시행착오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업무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준호 교수 : 환자의 만족도입니다. 실제 원내에서 환자경험 TFT교육그룹을 맡아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입원의학과가 환자에게 만족을 드리기 위해 시작된 과인 만큼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특화할 계획입니다.
윤봉식 교수 : 이전에 외래나 입원 환자를 볼 때는 시간이 부족해 환자나 보호자에게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고 설명도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문진부터 진찰, 차팅, 처방, 설명, 시술, 처치 모두 온전히 저의 몫입니다. 힘들지만 환자에게 전문의가 봐준다는 안도감을 주며 매 순간 충실하려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급박한 상황이라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인 만큼 진료나 검사 등이 지연되지 않게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업무 중 느끼는 고충이나 보람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최준호 교수 : 전공의 없이 진료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고충입니다. 현재 혼자 업무를 하고 있어 저에 대한 평가가 곧 과에 대한 평가인 상황입니다. 다행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한 환자경험 평가 중 의사 영역의 대부분에서 만점을 받아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경험을 쌓아가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간다는 성취감이 있습니다.
윤봉식 교수 : 응급 환자가 언제 발생할지 몰라 항상 긴장하며 대기해야 한다는 점이 힘듭니다. 습관적으로 응급환자 명단을 조회하는 버릇이 생겼고, 밤에도 응급 콜이 올 수 있어서 선잠을 자거나 늦게 잠듭니다. 보람이라면 빠른 진단과 처치로 환자가 안정되어 입원실로 올라가거나 귀가하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 때 같습니다. 저야말로 환자가 무사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많은 사람이 가보지 않는 길을 찾은 두 분에게 ‘찾다’란 어떤 의미인가요?
최준호 교수 : 가보지 않은 길을 찾는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거창하게 콜럼버스까지 이야기할 것 없이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보람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이루어냈을 때가 아닐까요?
윤봉식 교수 : 의사가 되고 전공의, 전문의를 거치며 스스로가 정체되고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병원 생활도 환자 진료도 매뉴얼대로 그냥 흘러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찾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며 삶의 전환점이 되고 나를 키우고 발전할 수 있는 개척자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아 응급의가 되고 나서 활기 넘치는 삶을 찾았습니다.
2021년 하반기 계획과 기대하는 모습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준호 교수 : 입원의학과 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겁니다. 요즘 퇴근해서 잘 때까지 계속 이 생각을 해요. ‘어떻게 잘 운영해볼까’ 이게 현재 제 인생 목표입니다.
윤봉식 교수 : 향후 새로운 소아 응급의 선생님들과 24시간 전문의로서 응급실 환자를 돌볼 계획입니다. 또 지금은 내과적인 부분은 제가, 외과적인 부분은 응급의학과 교수님들께서 진료하고 계신데 소아외과, 소아정형외과 등 모든 소아 응급 분야를 아우를 수 있게 노력하고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