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II

trend

컨셉친은 컨셉(concept) + 親(친구)을 의미한다. 좋아하는 콘텐츠 속에서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맺는 관계이다. 콘텐츠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관계 속에서 콘텐츠를 만들며 컨셉친이 되는 것이다.

편집실 / 참고 밀레니얼-Z세대 2021 트렌드(위즈덤하우스)

같은 유형끼리 모여라

2020년은 성향 테스트의 시대였다. 80년 전에 나온 MBTI부터 재미로 가볍게 할 수 있는 테스트까지 열풍이 불었다. 상식적으로 전세계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게다가 무료 MBTI 검사로 알려진 ‘16Personalities’ 성격유형검사는 MBTI와 무관한 기관의 검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이 테스트의 신뢰도보다 자신을 유형화하고 소통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MBTI 유형이 적힌 티셔츠 15종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고, 네이버웹툰은 ‘2020 최애캐의 MBTI’라는 이름으로 웹툰 주인공들의 MBTI 유형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는 티저 영상에 등장인물의 MBTI 유형을 소개해 각 인물의 성향을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SNS에서는 MBTI를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졌고 함께 즐겼다.

랜선에서 모인 패밀리

중고등학교 시절 마음 맞는 같은 반 친구들과 만들었던 ‘팸(Family)’이 온라인에도 생기기 시작했다. 취향이 비슷하거나 같은 유튜브를 구독하는 등 팸으로 묶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렇게 같은 팸이 된 구성원들은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같은 콘텐츠로 놀이를 하면서 유대감을 갖는다.

MBC의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이런 사람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해 유재석, 이효리, 비가 함께 활동한 그룹 ‘싹쓰리’를 결성할 라이브 방송으로 핸들과 닉네임, 그룹명을 정하는 과정을 거쳐 그들을 애정으로 응원하는 팸을 형성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음식으로 팸을 만들기도 한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를 마신다’는 의미의 ‘얼죽아’나 ‘민트 초콜릿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민초단’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민트초콜릿은 싫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취향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소속감을 느낀다.

2020년 5월 실시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유튜버나 BJ, 콘텐츠, 채널을 함께 즐기는 일시적이고 가벼운 관계에도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특히 Z세대로 불리는 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그 윗세대가 온라인에서도 실명을 기반한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과 차이를 보였다.

세계관 속에서 놀다

주로 영화나 만화 마니아 사이에서 소비되던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이제 트렌드가 되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세계관 콘텐츠를 찾아 과몰입하는 것으로 모자라 본인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놀이처럼 즐기기도 한다. 그중 공부에 몰입하기 위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드는 ‘세계관 공부법’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SKY 캐슬’ 속 야망 넘치는 ‘강예서’가 되는 ‘예서 공부법’은 본인이 수석 입학에 전교 1등이라는 드라마 속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SNS에서 회자됐다.

예쁘고 성격 좋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하이틴 드라마 세계관을 바탕으로 짝사랑하는 럭비부 주장의 눈에 띄기 위해 공부한다거나, 대기업 총수의 막내딸이라는 세계관 속에서 나중에 회사를 물려받았을 때 학벌이 좋지 않으면 멋이 없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몰두하는 등 본인의 공부 취향에 맞는 세계관을 설정해 공부의 효율을 높이는 형식이다.

취향을 존중하고 존중받는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을 느끼며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갖는 유대감, 그리고 잘 짜인 세계관에 몰입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고 즐기는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 많은 컨셉친을 만들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