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II

training

미국의 의료와 건강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1년간의 연수는 코로나19라는 광풍 속에서도 의료정보라는 새로운 분야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병원에 구축된 공통 데이터 모델을 이용한 연구와 앞으로의 활용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정의학과 박영민 교수

NIH 명찰

저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라는 도시에 있는 미국국립보건원(NIH)으로 1년간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NIH는 미국 내에서 R&D 부문 예산으로는 국방부 다음으로 많은 예산을 지원받는 정부기관입니다. 미국암연구소(NCI)와 Pubmed로 유명한 국립의학도서관(NLM)을 비롯해 22개 연구소와 병원 역할을 하는 임상센터 등 6개 센터가 있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의학 관련 연구자가 근무하고 연수하기를 원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 저는 국립의학도서관 산하의 의료정보분야를 담당하는 리스터힐센터(Lister Hill National Center for Biomedical Communications)에 방문 연구자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임상 및 정책연구에 빅데이터가 활용되는 추세입니다. 네크워크를 활용한 협업 선두에 의료데이터를 공통의 표준화된 형태로 만드는 공통 데이터 모델(common data model, CDM)이 개발되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OHDSI(Observational Health Data Sciences and Informatics)가 대표적인 CDM 네트워크로 구축되었고 본원도 동일하게 구축·운용하고 있어, 저는 OHDSI의 주된 collaborator 중 한 명인 NIH의 Vojtech Huser를 멘토로 하여 연수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임상적 연구를 주로 해왔던 터라 의료정보 분야는 초보자였기 때문에 이번 연수를 통해서 의료정보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OHDSI가 활용하고 있는 연구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다양한 연구방법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경험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국립의학도서관과 뒤에 보이는 리스터힐센터

팬데믹 속에서도 많은 걸 경험하다

꿈에 부풀었던 3월,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출근을 시작한 3월부터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3월 중순에는 NIH가 문을 닫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다행히 NIH 및 리스터힐센터의 모든 회의와 콘퍼런스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의료정보라는 특성상 온라인 교육과 모임을 활용할 수 있어 멘토인 Vojtech Huser와 매주 화상회의를 진행해 배움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Vojtech Huser와 함께 2020 OHDSI 심포지엄과 2020 OHDSI Study-a thon에 참여하여 OHDSI 전문가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에 미국 코호트로만 만들어졌던 심혈관질환에 대한 예측모형을 전세계적인 인종을 바탕으로 리뉴얼하는 예측모형 연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습득한 연구기술을 바탕으로 연수 기간 중에도 네크워크를 통해 본원 CDM 자료를 활용하여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골다공증, 스타틴 약제와 당뇨병 발생에 대한 국내연구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Vojtech Huser와 함께 국제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제안하는 만성 콩팥병에 대한 의사결정지원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수는 NIH의 미국 내 그리고 국제적 영향력에 걸맞게 리스터힐센터에서 진행되는 큰 프로젝트들을 옆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국제적인 의료정보표준에 대한 연구, 판독지나 의무기록과 같은 기록들을 정보화하는 자연어처리 연구, 암·말라리아·AIDS 및 결핵 X-ray에 대한 AI 판독 등 다양하고도 영향력 있는 공익적인 의료정보 연구 활동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사재기나 개인주의로 인해 일부 마스크 거부 현상, 전염병에 취약한 의료와 행정시스템 등 미국의 민낯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는 기부와 자선활동, 어려움을 어려움으로만 보지 않고 도전의 영역으로, 그 속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는 많은 미국인의 모습에서 삶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연구 활동의 좋은 협업자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난 이번 연수는 학문적으로는 물론 인생에서도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일산병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배움을 바탕으로 연구는 물론 병원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