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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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더는 제품을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할 때 효용을 누리는 것을 추구한다.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여가 생활까지 본격화되며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든 스트리밍 라이프에 대해 알아보자.

정리 편집실

스트리밍 라이프란 음악이나 영상 파일을 데이터 통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 ‘스트리밍’과 삶을 뜻하는 ‘라이프’가 결합한 말로, 영상을 ‘내려받지 않고’ 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처럼 ‘구매하지 않고’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유형을 표현한 신조어다. 영상과 음악을 시작으로 삶의 전반에 스트리밍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다달이 콘텐츠를 구독하다

OTT 서비스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원조 격으로 매달 구독료를 내면 한 달 동안 플랫폼 내의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2억 800만 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OTT 서비스로, 최근 한국 시장을 겨냥한 <스위트 홈>, 등이 큰 성공을 거두며 국내 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올 11월에는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꼽히는 ‘디즈니+’가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등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상륙할 예정이어서 대표 OTT 서비스 두 업체의 경쟁이 기대된다.

판사 창비의 문학 앱 ‘시요일’은 1920년대 고시조부터 현대시, 동시까지 총 4만 4000여 편에 달하는 시를 제공하는 시(時) 전문 큐레이션 앱이다. 매일 시 한 편을 배달하는 ‘오늘의 시’ 서비스를 비롯해 주제에 맞는 시를 선별해 추천하는 ‘테마별 추천 시’, 시인들이 직접 낭독한 시를 들을 수 있는 ‘시인 낭송’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요일은 누적 다운로드 수 43만 건을 넘으며 한국문학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리미엄을 간편하게 즐기다

와인을 잘 몰라도 즐기고 싶다면 와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사용해보자. ‘퍼플독’은 간단한 설문조사로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매달 와인 배달 후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고객의 취향에 맞춰간다. 한 달에 한 번 이달의 와인이 배달된다. 단순히 와인 배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지, 품종, 음용 적정 온도, 곁들이면 좋은 음식 등이 자세히 적힌 설명서를 동봉해 와인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초보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미술관에서나 보던 그림을 우리집으로 옮겨 놓는 서비스도 있다. ‘오픈갤러리’는 지난 2013년 전 세계 최초로 그림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가 1천여 명의 미술작품 3만 7,000여 점을 보유해 고객의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전문 큐레이터가 추천하고 전문 설치팀이 직접 방문해 설치까지 책임지고 3개월마다 새 그림으로 교체해준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집 안 분위기를 바꾸는 소품으로 그림을 선택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그림 구독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는 평가다.

고가의 제품을 빌려서 경험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 6월 모빌리티 라이프 구독 플랫폼 ‘현대셀렉션’을 론칭했다. 최대 7개 차종 중에서 원하는 차를 골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월 구독료에 보험, 정비, 자동차세가 포함되어 차를 구입할 때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최소화했다. 별도의 약정기간이나 선납금, 위약금 규정을 두지 않아 자유롭게 구독하고 해지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자동차 구독을 기본으로 킥보드, 택시, 대리운전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더했다. 차량을 소유하기엔 부담이 큰 2030세대에서 호응을 얻으며 이미 서비스 가입자는 1만 명을 돌파했다.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 스타트업이 증가하면서 ‘공유 오피스’ 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공유 오피스는 대부분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자리하지만 비싼 임대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또 간단한 다과를 비롯한 기본적인 사무용품, 회의실 등이 구비되어 있어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2010년 미국에서 공유 오피스 사업 모델을 처음으로 선보인 ‘위워크’는 지난 2016년 한국에 진출해 2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 돼 주춤하는 듯했지만, 긴 노동시간과 야근 등 한국 특유의 업무 환경을 고려한 현지화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주류로 떠오른 스트리밍 라이프지만, 최근 무분별하게 늘어난 서비스로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선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 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