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II

clinic

‘기온이 내려가고 선선해졌으니 괜찮겠지?’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2014~2018년 식중독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31%가 여름철에 집중됐지만 가을철에도 26%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집실 / 감수 소화기내과 조용석 교수

올여름 경기도 분당과 고양시에서 발생한 김밥집 집단 식중독 사태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등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식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면 긴장을 늦추게 된다.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는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라 여름철에 발생률이 높긴 하지만 식중독은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므로 가을로 접어들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이번 김밥집 집단 식중독 사태의 원인으로 오염된 계란이 지목됐다. 계란 껍데기에 묻은 닭의 분변 등에 있던 살모넬라균이 조리도구나 다른 식재료로 옮겨가 식중독을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살모넬라균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배설물에서 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식중독균으로 5~45℃ 사이의 광범위한 온도에서 빠르게 증식해 상온에서 5시간 정도가 지나면 100배 이상 불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계란 겉면에는 균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계란을 만진 뒤엔 세정제 등을 이용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살모넬라균은 75℃ 이상 온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모두 소멸되는 만큼, 만들어놓은 음식은 냉장 보관하고 먹기 직전에 데워 먹는 것이 좋다.

식중독은 원인에 따라 세균식중독, 자연독식중독, 화학성식중독으로 구분하고 바이러스성 장염도 넓은 범위의 식중독으로 분류한다. 세균식중독은 세균 자체에 의한 감염이나 세균에서 생산된 독소에 의한 것으로 장염비브리오와 살모넬라식중독을 들 수 있다.

자연독식중독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독소에 의한 식중독을 말하며, 흔히 감자의 싹이나 독버섯 등을 잘못 먹었을 때 발생한다. 화학성식중독은 인공적인 화학물에 의한 식중독으로, 식품에 첨가되는 유해물질이나 농약 등을 흡입했을 때 나타나는 식중독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공기나 물 등을 경로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장염(수인성 식중독)이 있는데 노로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예다.

음식 조리와 보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가을 식중독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음식 조리와 보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칼과 도마로 식재료를 손질할 때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재료군별 별도의 도마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여러 개 구비가 어려우므로 다른 식재료를 다룰 때마다 반드시 세척, 소독해야 한다.

자주 문을 여닫게 되는 냉장고는 설정 온도만큼 냉기가 유지되지 않아 식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냉장고 내부 온도를 점검해야 한다. 냉장 온도는 0~10℃, 냉동 온도는 -18℃ 이하를 유지하며 세척하지 않은 채소는 15~25℃, 육류와 어류는 5℃ 이하, 세척한 채소와 난류는 7℃ 이하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원활한 냉기 순환을 위해 냉장·냉동 공간 각각의 보관 용량은 70%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끓인 물을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심각하지 않은 식중독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치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열과 복통 등의 증상이 하루 넘게 지속된다면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식중독 예방 3가지 원칙

첫째, 가장 중요한 손 씻기!

- 흐르는 물에 비누를 이용해 30초 이상 깨끗이 손을 씻기

- 조리 시 손이 자주 닿는 주방 도구는 뜨거운 물과 세정제로 소독하거나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바짝 말려 소독하기

둘째, 끓여 먹기!

- 물은 반드시 끓여 먹기

셋째, 익혀 먹기

- 샐러드 등 신선 채소류는 깨끗한 물로 꼼꼼하게 세척하기

- 생선, 갑각류, 조개 등 어패류는 완전히 가열하여 익혀 먹기 또는 가급적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에서 먹기

- 가열·조리한 음식은 상온에 방치하지 않기

- 조리 후 가급적 바로 먹기

- 조리된 음식을 보관할 때 차가운 음식은 5℃ 이하, 따뜻한 음식은 60℃ 이상에서 보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