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II

doctors 1

배가 아프다고 자주 칭얼대는 아이. 꾀병이나 어리광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만성 복통일 수도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지형 교수는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만성 복통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희연 / 사진 송인호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는 소아 만성 복통

소아 만성 복통이란 만 4~16세 소아와 청소년에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복통이 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소아청소년기의 만성 복통 유병률은 9~15%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만성 복통은 크게 기질적 복통과 기능성 복통으로 나뉘는데, 기질적 복통은 맹장염, 장중첩증처럼 원인이 뚜렷하고 전체 만성 복통의 10% 정도다. 기능성 복통은 여러 검사에서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며 과민성장증후군처럼 장운동의 문제나 환자의 통증 민감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만성 복통으로 내원하면 우선 의사 진찰 후 혈액검사, 소변검사, 복부 X선 촬영 등 기본 검사를 진행한다. 필요에 따라 복부 초음파 검사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CT 촬영을 한다. 여러 검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의 면담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이다 보니 성인과 달리 자신의 증상과 통증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유지형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집중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아이를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보호자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이들도 아픈 표정은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진찰하면서 아이들의 표정을 살핍니다. 또 보호자가 청소년 자녀의 모든 걸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환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심리적인 원인이 없는지 파악합니다. 아이가 다음과 같은 증상과 통증을 호소한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소아만성복통클리닉

일산병원은 올해 4월부터 소아만성복통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만성 복통을 호소하는 소아청소년을 진료하고 검사가 필요한 아이들이 조금 더 빨리 체계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클리닉을 구성했다.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한 경우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만성 복통의 원인이 심리적 요인으로 생각되면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해 진료를 진행한다.

“우리 병원은 그동안 꾸준히 소아 만성 복통 환자를 진료해왔지만, 영상의학과나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른 과와 빠른 연계를 위해 소아만성복통클리닉을 열었습니다. 덕분에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만성 복통 환자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실제로 기능성 복통을 정확하게 진단받지 못해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가 불안감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되는데 한 명의 의료진이 계속 추적 관찰하고 상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산병원 소아만성복통클리닉은 증상에 따라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여 원인을 찾고 교육, 상담 및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일산병원 소아만성복통클리닉을 이끄는 유지형 교수는 검사결과 명확한 질병으로 밝혀지면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면 되지만,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기능성 복통이라면 식이요법과 운동 방법을 설명하고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식이요법은 만성 복통 증상 호전에 큰 도움이 되는데, 만성 복통 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포드맵(FODMAP)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포드맵이란 장에 잘 흡수되지 않는 발효당(Fermentable), 올리고당(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그리고 (And), 당알코올(Polyols)의 첫 글자를 딴 약어로, 만성 복통환자는 포드맵 고함량 음식을 피하고 저함량 위주의 식단을 꾸리는 것을 추천한다.

또 유지형 교수는 보호자가 평소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 심리적인 요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만성 복통은 완치의 개념보다는 상태가 나아져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다. 보호자들도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요인이 될 만한 것이 있는지 더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