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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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로 건강도 자신감도

다시 찾게 됐습니다”

일산병원 사회사업후원금 수혜자
김진호 씨(57)

누구나 겁을 먹고 찾게 되는 치과. 하지만 김진호 씨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치아를 모두 잃어버린 지 4년, 그간 잇몸으로 살아야 했던 그가 드디어 새 틀니를 맞추는 날이기 때문이다. 틀니 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건강마저 포기해야 했던 그에게 일산병원 ‘사회사업후원금’은 삶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당으로 잃은 건강, 모두 빠져버린 치아

쉰일곱. 아직 창창한 나이지만 치아가 모두 빠져버린 김진호 씨는 매끼 식사를 갈아서 마시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당뇨와 스트레스로 잇몸이 안 좋아지다가 치아가 하나둘 빠지던 것이 결국 모두 잃게 된 것이다. 남들처럼 씹고 뜯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김진호 씨.
“영양이 부족하다보니 기력도 떨어지고 빈혈까지 생겼어요. 혈당 조절이 안 돼 1년 3~4번은 입원을 하고 쓰러져 눈을 떠보면 응급실인 경우도 종종 있었지요. 새 틀니를 맞추면 좋겠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의료보험이 안 되는 틀니는 기본비용이 300만 원에 이른다.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틀니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만 65세 이상이라는 조건 때문에 김진호 씨는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렇게 틀니를 포기하고 있던 그에게 일산병원 공공의료사업팀이 길을 열어주었다.
“당뇨가 있는데 음식을 잘 못 먹는 걸 보고는 간호사 선생님이 공공의료사업팀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어요.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공공의료사업팀에서도 제 상황을 두루 알아보시더니 역시나 나이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 지원사업은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일산병원의 ‘사회사업후원금’ 대상자로 선정해주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기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늘 높게만 느껴지던 치과의 문턱. 하지만 오늘 김진호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일산병원 보철과를 찾았다. 담당의 윤준호 교수는 환자의 뼈와 잇몸의 상태부터 꼼꼼히 살핀 다음 드디어 틀니 제작을 위한 예비본 작업에 들어간다. “자, 혀를 위로 올려 보세요. 그렇죠. 잘 하셨어요. 이제 꽉 물어보세요. 좋습니다.”
틀니 제작을 위한 첫 번째 과정으로 예비본을 뜨는 윤준호 교수의 손길이 세심하다. 다행히 김진호 씨의 경우 나이가 젊어 잇몸과 뼈 상태가 양호하다. 단, 씹는 힘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틀니를 맞추더라도 질긴 음식, 단단한 음식을 피하고 무른 음식 위주로 잘게 잘라 먹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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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틀니로 자신감까지 든든하게 장착

“틀니를 새로 잘 맞춰드려 제대로 식사를 하게끔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사실 틀니 제작은 본인의 의지와 정신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틀니를 제작한다 해도 적응하는 데 2~3개월이 걸리고, 불편함이 완전히 사리지지 않거든요. 그만큼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고 아픔을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게 중요한데 김진호 환자의 경우 본인의 의지가 상당히 강합니다. 잘 적응하실 것 같아요.”
윤준호 교수는 아직 50대인 김진호 씨가 틀니를 통해 건강은 물론 자신감까지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틀니 완성까지는 앞으로 최종본을 뜨고 위아래 높이를 맞추고 인공치를 배열하는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하지만 김진호 씨는 어떤 과정이든 걱정 없다고 의지를 다진다.
“생전 어디 가서 이런 도움을 못 받아 봤는데 얼마나 고마워요. 아니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되지요. 이제 밥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겠구나 싶어 기대가 큽니다. 당 수치가 높은 만큼 식단 조절에도 더 신경 쓸 수 있을 것 같고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보철과의 가장 큰 매력이자 보람이라고 말하는 윤준호 교수는 김진호 씨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는다.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근사한 치아를 만들어 주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맞잡은 손에 담겨있다.
오복 중 하나로 꼽히는 치아 건강. 김진호 씨는 그 복을 되찾을 기대감에 웃고, 윤준호 교수는 그 복을 직접 만들어내는 보람에 웃는다. 따뜻한 인연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조만간 나란히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고 함께 마주볼 날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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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숙

사진.
고승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