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의 적신호 성조숙증,
바로 알아야 잘 자란다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 정인혁 교수
하루가 다르게 콩나물처럼 쑥쑥 크는 아이들. 자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부모의 큰 기쁨이다. 그런데 인생의 소중한 성장기에 적신호가 켜진 아이들이 있다. 어린 나이에 성조숙증이 나타난 이 아이들은 단순한 성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질병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 정인혁 교수는 ‘보이지 않는 밑거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새로운 경험은 이전에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정인혁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 교수는 의대에서 다양한 진료과를 경험했는데 소아청소년과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어린 환자들은 인간의 무구한 영혼을 향한 그의 열정을 일깨웠다. 더불어 발달장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도움을 주기보다 선물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아이들의 성장기를 위협하는 성조숙증을 치료하는 의사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인듯하다.
우리 아이 , 성조숙증일까 아닐까
“성조숙이란 쉽게 말해서 아이가 어른의 성을 시작한 것입니다. 여아의 경우는 만 8세 이전에 가슴 발달이 시작 한다거나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4cc 이상으로 커지는 것이죠. 부모님들이 잘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 사춘기 이전에는 성호르몬 분비가 일어나지 않아요.
혈액 및 뼈 나이 검사 등으로 아이가 성 호르몬에 노출됐는지 진단합니다. 성조숙증은 90% 정도 여아에게 일어나는데 사회의 발달과 함께 1900년대 초부터 부각되었어요. 남미에선 7~8세 여아가 임신했다는 보고도 있고요. 심한 경우 3~4세부터 성조숙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정 교수는 지난 150년간 전 세계적으로 초경 연령이 빨라져 20세에서 13세로 앞당겨졌는데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가장 큰 원인은 가족력이라고 한다. 부모 중 사춘기가 빨리 왔던 사람이 있다면 자녀에게 이어지기 쉽다. 아울러 성조숙증의 증가와 비례하는 소아비만, 인체에서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 노출도 성조숙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자녀가 이런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비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환경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 등의 사용은 자제토록 한다. 화장품에 함유된 유사 여성호르몬 성분도 성조숙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성조숙증,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
그는 “아이의 사춘기가 일찍 시작됐는데 키가 크지 않으면 어떡하죠?”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키가 자녀의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키는 유전력이 강하며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성조숙증이 있으면 실제로 여아는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최종 성인키에서 약 10~12cm 정도 작아질 수 있다. 그리고 남아는 최종 성인키의 약 15~20cm 정도 손해를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성조숙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키에만 있지 않다고 한다.
“성조숙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충분한 성장을 저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었을 때 여성의 경우 불임, 유방암, 자궁암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어요. 여아의 경우는 대부분 다른 이상 없이 성조숙만 있죠. 이에 비해 남아의 경우는 소아암 등의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철저한 검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물에서 숭늉 찾지말자
정 교수는 성장장애를 치료하는 의사이다. 일반적으로 성장장애란 성장기임에도 불구하고 1년에 키가 4cm 이하로 자랄 때, 동년배 친구들의 평균치보다 10cm 이상 작을 때, 100명 중 3번 안에 들 정도로 작을 때를 가리킨다. 그는 부모에게 아이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조급한 마음을 버려 야 한다고 조언한다.
“뼈 나이 기준으로 여아는 여아는 15년, 남아는 17년 동안 성장해요. 그 기간 동안 꾸준히 잘 크도록 환경을 조성 해주어야 하는데 최후의 2년 동안 집중적으로 키가 자라길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10여 년의 성장기 동안 편식 없이 고루 영양을 섭취하도록 해줘야 해요. 시중에 키 크는 영양제 등이 나와 있기도 한데 원칙적으로 키 크는 약은 없어요. WHO, 영국 등 4개국 보건부에서는 성장기에 매일 1시간,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하라고 권장하고 있어요. 어떤 운동이라도 좋은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억지로 한다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스트레스는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죠.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밑거름을 듬뿍 주어야 아이들이 잘 큽니다. 행복한 아이가 잘 자랍니다!”
키 크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밑거름’이라는 정교수의 말은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데 있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글.
박현숙
사진.
이서연(아자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