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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병원 사진동호회 ‘사진과 여행’

여름과 가을 사이. 이 계절을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다가오는 계절에 대한 설레임을 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서두른다.
눈으로 보는 것은 금방 잊히기 마련, 그래서 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매고 반짝 ‘번개'에 동참한 5명의 회원들. 오늘의 출사장소는 파주에 위치한 ‘율곡수목원’이다. 사진동호회의 유쾌한 여행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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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여행처럼, 순간을 기억으로

일 분 일 초가 숨 가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병원. 아주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이 곳에서 각자 맡은 업무를 해내는 이들. 이들에게 ‘긴장’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일지도 모른다.
이 숨 막히는 긴장감을 풀고자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이 만든 동호회, 바로 ‘사진과 여행’이다. ‘사진과 여행’은 개원 당시부터 시작되었지만 정식 동호회로 등록한 건 지난 2012년이다. 평소 20여 명의 동호회원들이 활동하며 월 1회 토요일 모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시간이 맞는 회원들끼리 그 때 그 때 번개모임을 갖기도 한다.
바로 오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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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툭툭 떨어지며 이른 가을비가 내리던 아침,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기자기한 모습을 한 율곡수목원 입구 앞으로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기대보다 못 미치는 수목원의 모습에 다소 당황하기도 한 회원들, 그러나 곧 산책삼아 나무 계단을 하나 둘 오르며 저마다 와 닿는 모습을 셔터에 담기 시작한다.
“저는 자연이든 인물이든 딱히 정해놓고 찍는 것이 없어요. 풍경을 찍으려 나왔다가도 인물사진을 찍을 때도 있고…. 주로 느낌 위주로 촬영을 해요. 그러니까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들을 담는 거죠.”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우철 회장(원무팀)은 한 장의 사진을 찍더라도 신중한 모습이었다.
“저기 좀 봐봐, 하늘 문 열린다!”
홍광표 회원(의료정보팀)의 큰 소리에 사진들 찍던 회원들이 일제히 하늘을 쳐다봤다. 잔뜩 흐리던 하늘 사이로 파란 가을 하늘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평상시 여행을 다니거나 할 시간이나 여유가 많이들 없잖아요. 주말에는 지쳐있고…. 그런데 사진 동호회 모임을 하다 보니 ‘꼭 어딜 가야 여행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밴드에 회원들이 올린 여행사진을 보며 대신 느끼기도 하고 또 서로 찍은 사진을 보며 의견도 공유하고요. 그런 점이 참 매력적예요.”
평소 풍경보다는 인물을 많이 촬영하는 편이라던 홍광표 회원이 웬일인지 오늘은 풍경사진에도 열심이다. 알고보니 풍경 너머로 팀의 홍일점 마미영 회원이 오늘은 그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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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

사진을 잘 찍어야만, 카메라가 있어야만 사진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가 없다면 핸드폰으로, 기술이 없다면 베테랑 회원들에게 배우면 그만이다. 마미영 회원(적정진료지원팀)처럼 말이다.
“처음엔 관심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실력이 많이 늘은 것 같아요. 정복희 팀장님이 구도나 촬영 기술에 대해 강의도 해주시고 같이 출사를 다니며 노하우를 전수해줘요. 역시 찍으면 찍을수록 느는 게 사진인 것같아요.” 사진 촬영은 물론이고 여행하듯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마미영 회원뿐만 아니라 동호회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출사장소로 꼽은 것은 몇 해 전 새벽기 차를 타고 떠난 부산이다. 명소를 누비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웃고 즐겼던 여행은 마치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시간이었으며, 모두에게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묵묵히 연꽃을 촬영하던 고용제 회원(영상의학과)에게 사진 동호회 장점에 대해 묻자 고민할 새도 없이 “저는 사진 동호회의 분위기가 참 좋아요. 이렇게 웃고 떠들고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공유하고 또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라고 답한다.
사진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복희 회원(임상연 구지원팀)이 옆에서 옳은 말이라는 듯 그의 말에 거든다. “날씨에 상관없이 자연이 주는 풍경은 항상 새롭고 신비로워요. 있는 그대로를 즐기면 되요. 특히 출사를 나오면 모두가 같은 풍경을 바라보게 되잖아요? 같은 곳을 관심있게 바라본다는 것, 그러면서 서로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 같아요.”
어느새 수목원 곳곳을 누빈 회원들, 그들의 카메라엔 서로의 모습이 그리고 다신 없을 오늘이 담겼다. 그리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과 이해가 한 뼘 더 두터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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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왕보영

사진.
남승준(아자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