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신발 신고
신나게 춤출 거예요!”
일산병원 사회사업후원금 수혜자
몽골소녀 엥크자칼
낯선 사람을 만나도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붙임성 좋은 몽골소녀 엥크자칼. 여섯 살 난 이 아이는 꿈을 이루려고 한국에 왔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휘고 발가락이 붙는 등의 장애로 걷지 못한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껏 유모차 신세를 져야 했다. 엥크자칼의 꿈은 ‘걷는 것’. 그 꿈을 위해 일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꿈은 선명한 현실로 다가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술을 받다
“오늘 신겠다고 신발을 두 켤레나 가져왔어요!”
엥크자칼을 태운 휠체어를 밀고 병원에 들어선 아이 엄마 버드르마 씨의 얼굴이 아이 못지않은 기대감으로 상기되어 있다. 모녀의 통역을 맡은 몽골인 토야 씨가 버드르마 씨의 말을 전했다. 지난 5월 고국 몽골에서 일산병원에 와서 수차례 정밀검진을 받고 7월에 5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은 아이는 8월 31일 수술한 다리와 발의 깁스를 풀고 수술부위의 실밥을 제거하기로 했다. 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한창 예쁜 것에 빠진 여섯 살 소녀는 머리엔 금빛 리본으로 장식한 머리띠를 하고 반짝이는 빨강 핸드백을 멋스럽게 맸다. 엥크자칼은 “오늘 깁스 풀고 발을 볼 거예요”라고 자랑했다.
버드르마 씨는 딸을 낫게 하려고 백방으로 애써왔다. 태어나면서부터 발과 다리가 변형되고 양쪽 발가락이 붙는 등의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은 늘 그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딸은 한창 뛰어놀 나이에도 유모차를 타고 다니고 누군가 부축해 주어야만 겨우 몇 걸음 걸었다. 버드르마 씨는 남편과 함께 시장에서 하루 벌이 장사로 일곱 식구의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저소득계층으로 몽골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지만 딸의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몽골보다 의료기술이 나은 중국의 병원까지 찾아갔지만 돌아온 대답은 발의 변형이 심해 절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사연을 알게 된 일산병원의 연락을 받았다. 일산병원 임직원 등 기부자의 후원금을 통해 국내외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나눔의 의료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공공의료사업팀에서 수술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난관 많은 복합장애 수술,
결과는 성공적
간호사가 단단한 깁스를 풀자 한 달 반 만에 엥크자칼의 수술한 다리와 선명한 다섯 발가락이 드러났다. 좀 낯설어하는 아이와 달리 엄마의 얼굴은 환희로 가득했다. 수술부위의 실밥을 제거할 때 겁먹은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지만 엄마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이는 “아이 발이 참, 예뻐요. 수술이 잘 됐어요. 휜 것도 곧게 됐고!”라며 수술부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엥크자칼의 수술을 집도한 정형외과 박민정 교수는 “수술은 잘 됐어요. 저희 수술팀은 다발성 골 교정술, 아킬레스 연장술, 다족지 제거술 등을 시행했고 성형외과와의 협진을 통해 피부이식술까지 이루어졌죠. 작은 발에 여러만남군데 복합적인 수술을 하느라 어려운 수술이었어요. ‘단기간 최대한 수술’이 관건이었죠. 앞으로 재활훈련을 잘 하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을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엥크자칼, 매일매일 다리 운동을 열심히 해서 다리근육을 튼튼하게 해야 해요!”라며 재활훈련을 강조했고 아이는 “네! 고맙습니다!”라며 똑소리 나는 한국어로 인사했다. 박민정 교수는 아이가 가져온 신을 신겨주며 마음을 나누었고 재활훈련을 위한 보조기를 선물하기로 약속했다. 재활훈련의 어려움을 아는 박 교수는 보조기 선물이 엥크자칼의 마음엔 들지 않겠지만 꼭 필요한 거라 선물한다고 말했고 아이는 “선생님, 예쁜 색으로 사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에 빠뜨렸다.
늘어가는 소녀의 꿈
다리 힘을 키워야 한다는 박민정 교수의 말을 잊지 않으려는 듯 엥크자칼은 틈틈이 작은 다리를 들었다 놨다 했다. 아이는 “수술하기 전에 어린이대공원에 갔었는데 참 재미있었어요. 발이 아파서 놀이기구를 몇 개 못 탔거든요. 걷게 되면 다시 가서 그때 못 탔던 것 다 탈 거예요. 그리고요, 아주 예쁜 신발을 신고 신나게 춤을 출 거예요. 축구도 하고 스케이트도 타고요. 내 발로 걸어서 피아노도 배우러 다닐 거고요”라며 신나했다.
오는 10월 말일 엥크자칼은 치료를 마치고 몽골로 돌아간다. 유모차를 타고 떠나왔던 그곳에 예쁜 신발을 신고 춤추듯 도착할 것이다.
글.
박현숙
사진.
이서연(아자스튜디오)